[위플래쉬] 크킄...드럼만이 내게 남은 유일한 벗...

[플레처 개씨발새끼야아아아아아아아!!!]



 각종 리뷰나 홍보문구에서 이 영화에 대해 으레 ‘폭발력’이니 ‘광기’니 하는 수식어를 붙이곤 하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그게 괜한 소리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위플래쉬>는 영화적 서사성을 띄면서도 음악영화로써 스윙 재즈 특유의 활기와 율동, 에너지를 고스란히 담는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최후의 5분에서 관객으로 하여금 무호흡 상태로 관람하게 만드는 것은 이 영화만이 가진 파괴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음악영화로써 긴장감을 조성하는 방식도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빡빡이 할배가 꼬맹이를 줘패가면서 드럼 가르치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말이죠.

 

 벨리에 올라온 어떤 리뷰에서 ‘위플래쉬’라는 제목이 절묘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저도 이 말에 동의합니다. 극 중 등장하는 스윙 재즈곡의 제목이자 ‘채찍질’이라는 뜻을 가진 <위플래쉬>는 한 남자가 자신의 꿈을 위해 채찍질을 당하고, 또 자신을 채찍질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는 성공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라는 미담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주인공인 앤드류는 너무나도 고독합니다. 그는 버디 리치를 동경하며 꿈을 키워가던 평범한 소년이었지만 플레처에 의해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가며 우정이나 사랑, 자신의 건강까지도 하나둘씩 내다버리게 됩니다. 그런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드럼뿐이죠. 특히 이러한 앤드류의 고독감은 화면의 조명과 색체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스윙 재즈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빅 밴드라는 형식은 오케스트라와 같이 여러 명의 연주자가 각자의 파트를 맡아서 화성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연주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연습실이나 무대의 주황색 조명과 그로 인해 인물의 얼굴에 묻어나는 음영은 여러 명의 동료 연주자와 함께하는 앤드류가 아닌 그 속에서 홀로 살아남아서 꿈을 이루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앤드류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위플래쉬>를 낭만적으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이 영화의 백미인 JVC 패스티벌에서의 무대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이 무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앤드류와 플레처 사이에서 충돌하는 분노 때문에 만들어진 무대이니까요. 꿈을 잃을 위기에 처한 앤드류가 악에 받친 채 플레처를 엿 먹이기 위해 드럼을 두들기는 모습을 보면 ‘과연 앤드류는 행복할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앤드류의 모습과 함께 플레처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케이시의 작품을 들려주는 장면을 통해 ‘과연 이러한 꿈에 대한 열정은 무조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풍토 속에서 생겨난 훌륭한 작품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플레처라는 캐릭터가 선악을 구별할 수 없는 굉장히 애매모호한 캐릭터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이렇게 흔하디 흔한 미담이나 시시한 교훈을 남기지 않는 것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이렇듯 열정과 성장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위플래쉬>이지만 굳이 이러한 관점만이 아니라 재즈를 다룬 음악영화로써도 흥미로운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이 역시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JVC 패스티벌에서의 무대와 관련이 깊은데요, 이 영화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음악인 ‘위플래쉬’와 ‘카라반’은 둘 다 스윙 재즈 시대의 산물입니다. 스윙 재즈는 재즈의 큰 특징인 즉흥성을 다소 포기한 대신 빅 밴드라는 오케스트라 형식을 통해 철저히 계산된 화성적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앤드류는 그러한 풍토 속에서 생겨난 음악을 플레처의 지휘체계를 벗어난 즉흥적인 드럼 연주를 통해 환상적인 무대로 빚어냅니다. 이는 재즈라는 음악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자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P.S. 플레처 역의 J.K. 시몬스는 이 영화를 통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나서 이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수상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Grade : 4.5 / 5

by 루카스 | 2015/03/17 21:13 | 감동과 전율의 영화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lookas231.egloos.com/tb/313745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