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브레이브] 코엔 형제답지 않으면서도 코엔 형제다운 영화



 코엔 형제가 감독한 이 영화의 원제는 <True Grit>으로써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참고로 원작은 1969년에 이미 영화화된 적이 있었는데 존 웨인은 이 작품으로 오스카를 손에 쥐게 됩니다. 원제와 국내 개봉명이 다른 이유는 아마도 ‘Grit'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겐 생소하기 때문에 이전에 존 웨인의 <True Grit>을 ’진정한 용기‘로 해석하여 국내에 개봉했던 것을 참고로 해서 <더 브레이브>라는 제목으로 국내 개봉을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뭐...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이해가 안가는 제목은 아닙니다. 그냥 <트루 그릿>으로 번역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Grit'이라는 단어가 극 중에서 그리 많이 언급되는 편은 아니라서 영어를 잘 못하는 (저 같은) 사람들은 영화 제목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가 힘들었겠죠. 그렇다고 ’진정한 용기‘로 해석하자니 좀 오그라들고 유치해 보이기도 하구요. 어찌됐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달러 3부작의 개봉명보다는 훨씬 낫습니다.(이것들은 정말이지 최악이었어요.)

 

 서부극이라는 장르가 스파게티 웨스턴 이후 낭만적인 색체를 지우면서 점점 현실적이고 복잡한 내면을 그려나가는 방식으로 심화된 것을 생각해보면 이 <더 브레이브>는 오히려 정통 웨스턴에 가까운 편입니다. 물론 주인공은 정의로운 보안관이 아니라 꼴리는 대로 사람을 쏴죽이고 걸핏하면 제멋대로 구는 못된 멘탈을 가진 영감탱이이긴 합니다만 결국 루스터 카그번은 츤데레 영감탱이였던데다 줄거리 역시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형태로 마무리됩니다. 개인적으로 변주된 웨스턴의 절정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풍의 웨스턴이 2010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대단히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거기다 이 영화의 감독이 무려 코엔 형제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쌩뚱맞음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에 이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해야한다면 아무래도 ‘코엔 형제가 제 정신인 상태에서 만든 영화’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코엔 형제의 이전 작들을 비하하는 얘기는 절대 아니구요, 그만큼 나사가 하나씩 빠져 있는 조소와 블랙 유머가 충만하던 그들의 평소 작풍과는 굉장히 다른 영화였습니다. 블랙 유머는 군데군데 들어가 있지만 매우 깨알 같을 뿐이며 본작의 서사 구조 자체는 코엔 형제답게 군더더기가 없습니다만 몇몇 부분에서는 그리 짜임새 있다고 보기도 힘든데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전체적인 줄거리 역시 흔한 권선징악형입니다. 아마도 원작을 재해석하기 보다는 거의 그대로 따라간 것 같은데 이는 각본에서부터 힘을 끌어올리는 코엔 형제에게는 큰 패널티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패널티 속에서도 이렇게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소품과 같은 자잘한 부분에서부터 화면 구성이나 오버랩을 이용한 연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그들을 연기하는 배우들, 그리고 (특히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같은 동기가 반복되지만 등장하는 시퀀스에 따라 느껴지는 향취가 달라지는 ost까지......이 영화에서 흠을 잡아야 한다면 그것은 원작 쪽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더 브레이브>의 영화적 완성도는 상당히 뛰어납니다.

 

 코엔 형제가 자의반타의반으로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건지 아니면 그냥 이걸 만들고 싶어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에 전자의 경우라면 코엔 형제는 굉장한 프로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후자라면 차, 포를 떼고도 이 정도로 만들 수 있다는 그들의 자신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극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씬입니다. 이 장면과 함께 석양을 등지며 달리는 말이나 황량한 벌판 등이 오버랩되면서 시간의 경과를 묘사해주는데 이는 카그번이라는 캐릭터가 처음으로 보여주는 진심과 굉장히 잘 어울릴 뿐더러 연출기법에 있어서 전형적인 서부극의 향취 역시 느껴집니다. 특히 이 장면에서 흐르는 ost는 영화에서 꾸준히 반복되는 동기로써 프롤로그 부분에서도 등장하고 이 씬의 시퀀스가 끝나고 바로 이어지는 에필로그에서도 그대로 흐르는데 이때의 진한 여운이 일품입니다. 소설로 치면 수미상관식이랄까요?


 글을 쓰다보니 정작 영화 내용 이야기는 별로 없는데...사실 할 얘기가 없습니다. 보면서 작품이 보내는 주파수를 수신해야 하는 그런 종류의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죠. 작가주의 성향을 띄는 영화를 보다보면 피곤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이런 영화를 보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멍때리며 허허벌판의 향취를 맡으며 꼬마 아가씨의 당돌함에 웃음 짓거나 술 주정뱅이 영감탱이의 허풍이나 허세 쩌는 촌놈과 영감탱이가 티격태격 싸우는 걸 구경하며 허허 웃는, 그리고 그러한 모험의 끝에는 늘 그렇듯이 감동이 자리잡고 있는 그런 영화가 <더 브레이브>입니다.



P.S. 초반부에 등장하는 기차역도 그렇고 소품들도 그렇고 뭔가 영화가 좀 디테일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기획에 스필버그 이름이 들어가 있었네요.


P.S.2. 츤데레 영감탱이라는 캐릭터는 의외로 매력적이고 자주 인용되는 캐릭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본작에서 제프 브리지스가 연기하는 루스터 카그번 역시 골 때리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물론 당돌한 꼬맹이 매티 로스 역시 매력적이구요. 멧 데이먼은......솔직히 출연 배우 중에서는 가장 네임벨류가 높은 배우입니다만 안타깝게도 본작에서는 약간 쩌리스럽습니다...




Grade : 4/5

by 루카스 | 2015/03/11 00:32 | 감동과 전율의 영화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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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15/03/11 19:46
맷 데이먼이 쩌리라니. 이게 무슨소리요 루카스양반. 으허헣
Commented by 루카스 at 2015/03/12 16:59
연기도 좋고 비중도 나쁘진 않았는데...아무래도 영감탱이와 꼬맹이한테 묻히는 감이 좀 있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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