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장인 펩씨의 옹고집

[호슬픔에서 호행복으로]



 챔스 4강이 있을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존문가 흉내 타임입니다(...)

 저는 우선 타 팀팬인데다가 앞으로 몇시간 후면 저도 코스타한테 뚜까맞는 첼시를 보면서 질질 짜고 있을지도 모르는 관계로 지금 시간이 조금 날때 잠깐 바이에른과 레알의 경기에 대해 느낀 점 몇개만 조심스럽게 써보고자 합니다.

 우선 바이에른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라모스에게 2골을 얻어맞을 정도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이 아쉽겠습니다. 사실 경기초반부터 노이어가 그냥 차내면 될 볼을 보아탱이 슬라이딩까지 하며 기묘하게 걷어낼때부터 뭔가 조짐이 심상치 않긴 했습니다. 하지만 보아탱은 슈퍼컵이라던가 챔스 조별 예선 맨시티 전에서도 가끔 정줄을 놓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어떻게 잘 넘어갔으니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될 줄은...

 하지만 라모스에게 두 골을 허용한 것이 하필이면 찾아온 컨디션 난조의 '그 날'에 따른 불운이라고 해도 후반전에서까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데에는 단순히 운이 아닌 과르디올라의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이 양반을 볼때마다 한결같이 느끼는 것이 자신의 축구에 대한 고집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다른 팀을 향해서도 안티풋볼이라는 소리를 서슴없이 할 수 있겠지요. 자신의 신념이 그만큼 강하니까요. 하지만 고집이 세다는 것은 그만큼 나올수 있는 전략적인 수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시즌 초반 4231로 시작해서 디마리아의 중앙 미드필더 발굴로 이어진 433을 거쳐 최근 국왕컵에서 바르셀로나를 쥐어팬 442로까지 변하면서 유연함을 가져간 레알 마드리드에게 약점을 노출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봅니다.

 안첼로티는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바이에른은 레알의 2열 수비를 상대하려고 2선에 괴체를 박아두고 그 아래에 마르티네즈를 박아두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점유율 장인인 펩씨의 토탈사커 사전에는 한놈은 공격만 하고 한놈은 수비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실제로 중앙에 가깝게 내려올 수록 파괴력이 떨어지는 괴체와 수비적인 마르티네즈는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서 거의 선발 라인업에 들지 못했습니다. 괴체는 잘 모르겠지만 마르티네즈는 (센터백 출장을 제외한) 미드필더로써는 단 한번도 챔스 선발 라인업에 들지 못했습니다.(바이에른 뮌헨 경기는 챔스만 봐서 잘 모르겠는데 리그에서도 이러나요?)

 결국 변함없는 2열 수비를 들고나온 안첼로티의 예상대로 펩의 옹고집은 계속 이어져서 오늘 바이에른의 선발에는 주어진 공간에서 활약할 수 있는 괴체가 아니라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능력이 탁월하고 활동량이 많은 뮐러가 2선에 포진되고 미드필더로는 마르티네즈가 아닌 패스 플레이에 능한 슈바인슈타이거와 크로스가 기용되었습니다. 대신 펩은 2열 수비의 공간을 이용할 복안으로 괴체와 같은 2선 플레이메이커를 배치하는 대신 리베리와 로벤을 중앙으로 꺾여 들어가게 하고 풀백을 잔뜩 올려놓습니다. 펩의 이런 복안은 당연하기까지 합니다만 문제는 레알의 모드리치와 디 마리아가 생각 외로 수비를 더럽게 잘하고 또 볼 소유도 잘하더군요. 결국 볼을 뺏길때마다 풀백들이 집나간 자리를 크로스와 슈바인슈타이거가 커버해야 하는데 이 둘이 기술적으로 수비를 잘하거나 신체적 조건이 압도적으로 좋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양쪽 측면에서 우다다다하고 달려오는 두 놈이 하필이면 호날두와 베일입니다. -- 실제로 베일의 히트맵을 보면 알라바가 집나간 왼쪽 측면에서의 활동량이 눈에 띄게 많습니다. 그렇게 결국 바이에른은 요즘 BBC라고 불리는 세명의 역습에 의해......

 펩의 옹고집은 결국 후반전에도 이어지는데 만주키치, 리베리, 뮐러가 빠지고 피사로, 괴체, 마르티네즈가 들어갑니다. 뮐러 대신 마르티네즈가 들어가서 아래에 배치되고 크로스와 슈바인슈타이거가 수비부담을 덜어낸 것을 제외하고는 그대로입니다. 혹시 펩은 '선수들 컨디션이 오늘따라 좋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라고 생각했을까요.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만주키치와 피사로를 세워두고 억지로라도 레알의 패널티 에어리어에 공을 쑤셔넣었으면 영패만은 면하지 않았을까요?(제가 전봇대들을 좋아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걸지도...)

 물론 감독으로써 철저한 신념을 가질 수도 있고 그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펩처럼 화려한 성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몸소 증명한 사람이라면 말이죠. 하지만 펩의 팀이 챔피언스 리그라는 결정적인 순간에 매번 이러한 신념 때문에 발목을 잡히거나 고전하는 것도 사실이며 오늘 경기가 그러한 예중 하나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한줄요약
괴체, 마르티네즈 좀 써...
(마르티네즈 안 쓸거면 첼시 줘...)

by 루카스 | 2014/05/01 00:18 | 풉뽈라이프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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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무펜 at 2014/05/01 14:20
그리고 첼시는....(_ _)....

그런데 이런 펩의 고집이 또 흥행의 한 요소가 아닐가요 ㅎㅎ

고집이라곤 찾을수 없는 안감독 같은 사람이있으면
펩같은 사람도 있는 거지요 ㅎㅎ

생각해보면 안감독 이 양반 스리백부터 크리스마스트리 플랫442 다이아몬드 442 4231 기타등등 못하는게 없는 양반임요 ㅇㅇ;;
Commented by 루카스 at 2014/05/01 22:15
맞습니다.

말씀하신 것과 같이 모든 축구가 똑같다면 오히려 더 재미없겠지요 ㅎㅎ

다만 충분히 선발기용될 가치가 있음에도 교체출전이나 센터백 선발로만 근근히 나오는 마르티네즈가 좀 아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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