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4 슈퍼컵] 대회 네임벨류도 뒤집어 버린 극장경기

[120+1 Javi Martinez]


 유에파 슈퍼컵이 원래 이 정도로 치열하고 의미있는 경기였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드는 경기였습니다. 지난 시즌 슈퍼컵에선 팔카오를 어찌하지 못하여 그저 그라운드 위에서 붕붕 날아다니는 거나 보며 '그래, 이건 이벤트 전이었지' 라고 자기위로를 한데 비해 이번 시즌 슈퍼컵은 분명 달라진게 없는 대회임에도 정 반대의 분위기가 연출됬습니다. 그리고 거기엔 11-12 챔피언스 리그 결승의 리턴 매치이자 혀링요와 펩문어의 재대결이란 점이 작용했겠지요. 전체적으로는 11-12 챔스 결승과 거의 비슷한 양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뮌헨이 일방적으로 점유율을 가져가고 첼시는 계속 막아내면서 양쪽 골키퍼의 선방쇼가 이어지다 극적으로 골이 이어지고 결국 승부차기를 하는 것이 말이죠.

 첼시는 강력한 로베리 라인을 의식했던 탓인지 맨유전과 마찬가지로 전방 압박은 토레스, 쉬얼레, 오스카(혹은 아자르)에게 맡기고 전체적인 수비라인은 내려놓은 상태에서 한두번의 터치를 통해 돌파력과 스피드를 살린 역습 위주로 경기를 이끌어 나갔습니다. 특히 중앙으로의 원투 패스에 목을 매던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주로 측면에서 과감히 일대일을 걸고 중앙으로 쇄도하거나 크로스를 올리는 등 보다 직관적인 모습으로 개선되었습니다. 특히 쉬얼레는 이렇게 스피드를 살릴 수 있는 상황에서의 자신의 진가를 아주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컨디션이 좋았는지 크로스가 아주 정확했던데다 그렇다고 크로스만 주구장창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대일 상황에서 과감하게 돌파를 시도하는 등 자신감 있게 플레이 하는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게다가 아자르는 드디어 제가 원했던 지난 시즌의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자리를 잡고 수비하는 수비수의 행동을 예측하고 발을 걸거나 움직임을 보일 때 몸을 틀어서 아슬아슬하고도 유유자적하게 빠져나가는 드리블이 일품이었는데 오늘 그런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게다가 그런 움직임이 골을 만들어냈고 연장 전반엔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쇄도하면서 직접 골까지 만들어내는 등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그에 비해 하미레즈는......이번에도 아주 못했습니다. 볼을 정확하게 컷트해내지도, 스피드를 살려 볼을 운반해내지도 못한채 오늘도 그저 뛰어다니다 카드 두장 모으고 경품 뽑으러 경기장 밖으로 나갔습니다. 첼시에게 있어서 정말 문제인건 지난번 맨유전과 마찬가지로 얘가 잘하냐 못하느냐가 아니고 얘를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겠지요. 미켈, 반 힌켈 모두 기량이 좋거나 정점에 달한 선수가 아닌데다 에시앙은 폼이 떨어져있고 루이즈는 센터백을 봐야하는 형국입니다. 결국 좋으나 싫으나 얘를 믿어주는 수 밖에 없습니다.

 체흐의 경우 다른 사람들이 세계 최고의 골리를 언급하면 부폰이니 카시야스니 할때도 저는 언제나 '체흐'라고 말했던 입장이어서 참 뿌듯합니다. 사실 체흐가 잘했던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첼시 챔스 우승 이후로 사람들이 알아주는 형국인 것 같네요. 오늘도 뭐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엄청나게 잘해줬습니다. 특히 연장전에선 그대로만 끝나서 첼시가 우승했다면 MOM 받을 수 있었을 정도로 잘하더군요.



 마지막으로 무링요는 역습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지금 선수들 정도면 문제없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도 별 다른 변화를 꾀하진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고 인터뷰한걸 본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냥 원래 가지고 있는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실리를 따지기로 했나봅니다. 저는 뭐 상관없습니다. 주구장창 아슬아슬하게 막는거 보는 것도 이젠 재밌네요. 쫄깃쫄깃한 그 맛...

 바이에른 뮌헨의 경우 더 잘아시는 분들이 포스팅을 할 것 같으니 짤막하게만 언급하자면 중앙의 핵심이었던 슈바이니와 새로 영입된 티아구의 부상 때문인지 초반엔 거의 리베리를 중심으로 공격이 이어지는 모양새였습니다. 그래도 하비 마르티네즈가 투입된 이후로 뮌헨이 가지고 있던 강점이었던 강한 압박이 살아나고 중원에서의 컷팅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서 점유율을 (더욱) 일방적으로 가져가더군요. 아자르가 왼쪽 돌파할 때 순식간에 세명이 에워싸는거 보고 지릴 뻔했음...보통 삼각형을 만든다는 말을 쓰던데 순식간에 에워싸서 볼을 끊어내고 눈 앞에 놓인 패스루트로 찔러넣는 걸 보면서 이게 삼각형이구나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승 상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참 별 것도 아닌 경기인데 선수들이 엄청 열심히 하고, 보는 사람들도 엄청 열심히 본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양 팀에 얽힌 얘기들도 있고 양 팀의 수준이 높았다는 뜻이겠죠. 아마 챔피언스 리그 홍보용 예고편으로는 이 경기가 최적일 듯 싶네요.

by 루카스 | 2013/08/31 15:18 | 풉뽈라이프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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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13/08/31 23:57
루니 같은 타입의 포워드가 안오면 현시점에서
첼시 스쿼드로 가장 효율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건 결국 역습 뿐이죠;;

그래도 만약 쉬얼레의 영입이 무링요의 요청이라면
무링요가 공격적인 축구를 아예 안할 생각은 아닐겁니다
쉬얼레는 뒤로 웅크렸다 튀어나가는 역습에서도 꽤 좋은 편이지만
그보다는 라인 끌어올린 상태의 빠른 공수 전환과 숏카운터에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거든요
Commented by 루카스 at 2013/09/02 23:05
근데 라인을 끌어올리려면 결국 그에 맞는 중원에서의 안정과 엄청난 활동량이 필요한데 중원 보강도 없고 루니나 만주키치와 같은 원톱이 중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지도 않을 거면 말짱 도루묵이죠.

헐시티 전처럼 전력차가 현저한 팀이라면 모를까 샤흐타르 같은 팀만 만나도 이번처럼 경기운영할 공산이 높아보입니다.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13/09/03 01:22
그러니 못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 사실상 못한다고 봐야죠
차선책인 요베티치는 맨시티가 채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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