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하셨습니다.



 월드컵 전에는 그래도 우리 우려보다는 좀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최소한 홍명보 호보다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첫 2패 때문에 이잉...아닌가벼...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고를 쳐버리네요 ㅋㅋ

 특히 이번 월드컵 기대도 안된다, 월드컵에 관심이 없어서 하는 줄도 몰랐다던 사람들이 첫 스웨덴 전 패배하자마자 귀신같이 태세전환하면서 쌍욕을 퍼붓는걸 보고 청개구리 심보가 들어서 신태용 감독을 응원했는데 상상 이상의 결과가 나오니까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동시에 좀 얼떨떨하네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선수는 역시 문선민이네요. 뻥축도 좋아하고 오히려 극한의 점유 축구 같은건 별로 안좋아하는 저로썬 일단 있어보이는 축구를 하기 전에 뛰어댕기는 축구를 하는걸 좋아하기 때문에 미친듯이 뛰댕기는 문선민 같은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스웨덴전에선 선발이 아니었는데 선발되고 나니까 그래도 뭔가 축구가 돌아가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파이널 서드에서 번번히 요상한 선택을 하는 건 좀 아쉬웠지만 뭐 어떻습니까 ㅋㅋ 하드워커의 존재는 소중한 걸요 ㅋㅋ

 잘만하면 1승 2패로 16강가는 역사도 쓸 수 있었는데 그건 안타깝게 이루지 못했지만 16강 좀 못가면 어떻습니까. 아시아의 수치 드립까지 나오던 상황이 180도 바뀌었는데요 ㅋㅋ 우리나라 축구도 참 신기합니다. 이번에야 말로 망하나...싶었는데 이런 식으로 다시 불꽃이 살아나고 하는거 보니 이게 또 축구의 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독일은 뭐...지난 월드컵 스페인의 완벽한 재탕이라고 봐야할까요? 늘 하던 대로 선수만 바꿔서 그대로 끼워넣다가 대참사가 난 것 같습니다. 4년 전에 성공한 미드필더 조합을 그대로 갖다 썼다는 점이나 그 미드필더들이 4년의 세월로 인해 움직임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점, 특정 선수에 대한 믿음의 축구를 과하게 했다는 점이 비슷한 것 같아 보입니다. 특히 다양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카드는 배제하고 하나의 플랜에 맞춰 1군, 2군을 뽑았다가 유연성이 떨어졌다는 점은 그때의 스페인과 일맥상통하다고 봅니다. (사실 얘네 하는거 보니 마지막까지 떨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안한 모양입니다.)

 이제 폴란드가 힘내줄 차례만 남았네요. 이전 글을 쓰면서 일본이 부럽기도 하고 많은 커뮤니티에서 일본만 16강에 딱 가면 우리도 경각심을 더 가지지 않을까라는 말이 나오긴 했지만...그래도 일본이 잘되면 속이 쓰립니다. 사우디도 2경기 개판쳐서 광탈해놓고 이겼습니다. 최소한 그런 마음가짐을 폴란드가 가져줬으면 좋겠네요.

by 루카스 | 2018/06/28 15:17 | 풉뽈라이프 | 트랙백 | 덧글(2)

[2018 월드컵] 1승 1무를 한 일본

 일본이 부침을 겪긴 했어도 착실히 발전해나가고 있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던 거 같은데 이번에 1승 1무를 하면서 이제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질 듯 싶습니다.

 야나기사와 슈우우웃!!! 으아아아아아 빗나갑니다ㅏㅏㅏ 오가사와라 슈우우우웃 으아아아 빗나갑니다ㅏㅏㅏ 하던 시절이 거의 12년 전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 월드컵에서 지금까지 일본이 넣은 골들을 보면 좀 신기하긴 합니다. 월드컵에서 원래 저런 식으로 쑥쑥 잘 넣던 애들이 아닌데...

 일본의 고질병으로 지적받던 마무리의 아쉬움을 완전히 극복했다고 볼 순 없지만 최소한 자기들이 해왔던 축구를 하면서 각자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 골이 따라오는 느낌이랄까요. 어쨌든 부럽긴 부럽습니다. 특히 시바사키라는 선수는 왜 엔도랑 같이 언급이 되는지 알겠더군요. 플레이 스타일은 엔도랑 많이 다른 것 같지만 일본이 해왔던 축구, 해나갈 축구의 중심이라는 점에선 엔도가 언급될만 합니다.

 


 휴면계정 깨고 오랜만에 글 쓴김에 다른 얘기도 좀 더 하자면 요즘 바빠서 한동안 축구를 잘 못보다 보니 첼시는 첼유딱 되고 (그나마 발렌시아는 요즘 잘하더군요) 클린스만은 실험만 하다가 미국 국대를 말아먹고 우리나라 국대도 상태가 안좋아서 더욱 축구를 안보게 됐는데...그래도 월드컵은 명불허전이네요. 축구를 끊었어도 축구의 마력에 다시 빠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 때문에 월드컵을 보게되는 것 같습니다. 재밌는 경기도 많고 스토리도 만들어지고 하는게 역시 월드컵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 와중에 일본이 잘하는거 보니까 속이 좀 쓰리긴 한데 어쩌겠습니까...못하라고 할 순 없으니.

by 루카스 | 2018/06/25 02:38 | 풉뽈라이프 | 트랙백 | 덧글(0)

[13시간] 담백해진 마이클 베이지만...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쟁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한다는 개인적인 신념에 따라, 그리고 오래간만에 마이클 베이 영화 좀 볼까 싶어서 개봉하자마자 관람한 영화입니다.

 일단 트랜스포머4를 상상하면서 이 영화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계실 분들께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는 굉장히 상식적인 호흡을 가지고 만들어져 있습니다. 심지어 이 영화는 마이클 베이가 그간의 액션영화에서 거의 철칙처럼 지켜왔던 '초반 5분에 일단 뭔가 하나를 때려 부순다'라는 룰마저 깼습니다. 마이클 베이가 굉장히 만들고 싶어 했던 영화라 그런지 이것저것 신경 쓴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 벌러 타국살이를 하며 괄시받는 용병들의 묘사라거나 혁명 이후 리비아의 기묘한 분위기라던지요. 다큐멘터리적인 성격까지 고려해서 만든 모양인데 폭발물 포르노 수준이었던 트랜스포머4에 비하면 제법 정상적인 영화입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예전에 리뷰했던 <론 서바이버>와 굉장히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점도 그렇고 소수정예와 다수의 아마추어 민병집단의 대결이라는 전투의 구도, 그리고 영화 끝자락에선 영화 속 인물로 활약했던 실존인물들의 사진을 넣어주는 지극히 진부한 연출까지도요. <13시간>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마이클 베이 영화치고는 꽤 담백하다는 점입니다. 뭔가 계속 터트리고 싶어하는 어린 아이 같은 모습 대신 그래도 멀쩡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려는 모습이 보입니다. 게다가 <론 서바이버>가 그랬던 것처럼 실화를 각색하면서까지 천조국의 우월한 공군력으로 적들을 튀겨버리는 통쾌한 마무리를 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식의 마무리는 하지 않더군요. 이런거 좋아하는 마이클 베이치고는 의외의 결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재미있었느냐?라고 묻는다면...아뇨. 그렇진 않았습니다. 좋게 말해서 담백하다고 표현한거지 솔직히 좀 지루하기까지 합니다. 총 쏘고 터트리고 난리나는 건 좋은데 이 영화만의 특색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론 서바이버>에서는 신나게 구르기라도 했지 이 영화의 전투는 그냥 기지 방어하면서 총 쏘다 끝납니다. 굳이 특색을 꼽으라면 좀 더 사실적(이어 보이는) 총격전 정도였습니다. (물론 제가 이 분야에 대해 잘 몰라서 이 정도로 밖에 못 느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마이클 베이가 다루고 싶어했던 민간 특수 용병들의 감정도 상투적이기 그지 없습니다. '난 아들이 셋이 있지.', '아내가 임신했대!', '집에 가고 싶어' 같은 감정이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묘사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사실 이 영화의 도입부도 정말 구구절절해서 시작한지 1분만에 벌써 지루해질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더욱이 이 영화를 좋게 볼 수가 없는 건 이 영화가 지극히 미국 중심의 영화라는데에 있습니다. 이건 제가 미국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이런 면 때문에 영화에서 쉰내가 나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리비아 테러 단체를 무슨 당연한 듯이 쏴죽이는 존 웨인 영화 속 인디언처럼 묘사를 해놨습니다. 물론 대사관에 테러를 가하고 영사를 죽인 테러 단체가 '사실은 그들도 착한 녀석들이었다능...'과 같은 묘사를 바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혁명 이후 리비아의 혼란기에 대한 고찰, 아니 최소한의 맥락을 짚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모습이 썩 내키지 않습니다. 막말로 리비아 테러단체가 심심해서 미 영사관을 공격했을까요? 지금이 2001년도 아니고 이미 아프간과 이라크 전을 다룬 많은 좋은 영화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입부에 '안전주의 등급을 받은 미 영사관 중 2개가 리비아에 있다'라는 식의 텍스트를 넣는 건 괘씸하기까지 합니다. 뭐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데 제가 뭐라고 할 순 없겠지만요.


Grade : 2 / 5

by 루카스 | 2016/03/03 20:46 | 감동과 전율의 영화 | 트랙백 | 덧글(0)